파울로 코엘료 소설은,
일단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문고판 보다 조금 큰 사이즈에 조금 집중하면 후딱 해치워 읽을 수가 있다. 이 책도 차 안에서 읽다가 탄력받아서 한 방에 순식간에 읽어버린 듯.
게다가 코엘료 소설은 재미있다. 문어체의 얼토당토 않은 대사들을 날려 대는데 이것이 아름답고 심사숙고하다. 반리얼리티 대화도 이내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이곤 하는 것이다.
이 책도 주옥같은 대화가 구구절절 흘러나온다. 접어놓은 쪽이 한 두쪽이 아닌다. 지금은 책이 없는 관계로 옮겨적진 못함이 애통할 뿐이다. 원래는 복기해볼만한 대화들을 기록하고 싶어 독후감을 미뤘던 것이었다. 뭐, 결국 이렇게 어물쩡 정리하고 넘어간다.
이미 여러 소설로 부터 코엘료의 젊은 여성 편력이 이미 예견되는 바 (게다가 부자에 예술가.. 작업시간 5분 안쪽에 적중률 99%로 예상.) 이 소설 역시 11분과 마찬가지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주인공이다. 여자안에 들어가서 살다 나온 듯 치밀하고 놀랄만한 심리 묘사를 보여준다.
내용은 뻔한데, 베로니카의 실패한 자살 끝에 생긴 시한부 인생은 개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살라며.. 하...
무라카미 류 소설 같이 대 놓고 발랑까지지는 않았는데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에로에로 장면들이 있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야하다. 여친님은 코엘료의 다른 소설 “11분”도 별루 안 야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코엘료 소설에서 상당한 자-_-극을 받는다. 그의 소설은 독특한 에로에로의 깊이가 있다. 게다가 고질(=저질의 반대..)이다...
그리하여 결국.
뭐. 섹스든. 그것을 포함한 사랑이든, 인생이든.
역시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고 봐야(...) 된다는 건설적인 이야기.
모교(=고등학교) 창립에 관계된 위인중에 함석헌 목사님이라고 있는데 그 분께서 남기신 일화가 있다. 일기장이었나.. 살아온 날을 마흔살, 쉰살이라고 하지 않고 몇천몇백몇십몇일이라고 기록했다고 한다.
모교(=대학)의 어떤 교수님은 1학년을 위한 첫 수업때 이런 강의를 했다. 원을 크게 그리고는 그 중에 아주 작은 파이를 나누고 커다란 파이를 가리켜 당신들이 가진 시간이 요만한데 그 중에 공부든 뭐든 의미 있는 시간은 이것 뿐이 안 된다고. 이 커다란 파이가 아깝지 않냐고.
베로니카에게 남겨진 시한부 인생, 그 한 날 한 날의 의미찾기와 오버랩된다.
죽음까지 상상하는 힘들고 힘든 아노미-_-시절이라면, 한 줄기 빛이며 이정표와 같은 소설일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그렇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따로 코멘트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것들이 있었다는 것만 기록해둔다.